간만에 연달아 포스팅.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쓴 글.
보름간의 미국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비행기를 참 많이 탔다. 인천-디트로이트-뉴욕-샌프란시스코-도쿄-인천. 인천에서 디트로이트까지 가는 14시간 비행은 비즈니스 업그레이드의 행운까지 누렸다. (다행히도 이코노미와 엄청난 차이는 못느꼈다. 훨씬 편하지만 지겹긴 마찬가지.) 돌아오는 길에는 개인 모니터도 없는 항공편이라 이것저것 정리하다가, 올해 및 내년에 비행기 탈 건수를 좀 정리해 봤는데,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은 타게 될 것 같다. 유럽도 최소 두 번은 다녀올 것 같고, 한국도 두 번 이상. 미국가서 출장은 많이 줄겠지만 개인적인 일정으로 다닐 일이 많이 생겼다.
서론이 역시나 길어졌다. 대학 전공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다들 전공을 어떤 계기로 선택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들 받았을텐데, 나의 경우에는 “비행기를 많이 타고 싶어서"라고 언제나 대답을 하곤 했다. 고등학교 때 가장 좋아했던 과목은 지리였고, 그때도 돈 버는 데는 그다지 큰 흥미는 없었다. 돌이켜보면 그 때는 지금에 비해 훨씬 "내 맘대로"할 용기는 적었던 것 같다. 용기가 있었다면 지리학과에 정말 진학했을 것이다. 지리학과에 갈 용기는 없었고, 법학은 정말이지 고리타분하게 느껴졌고, 다른 전공도 도통 흥미가 생기지 않았던 덕분에 그나마 비행기를 많이 타게 될 것 같은 회사원이 되는 길인 경영학을 선택했었다. (이것 역시 지금 보면 참 짧은 생각이지만…) 대학 졸업 후 비행기를 도무지 많이 탈 수 없는 길로 빠져들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첫 직장을 뛰쳐나오고 나서는 계속 비행기를 탈 일이 많이 생겼다. 대학 전공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언제나 잘못 선택해서 다른 공부를 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렇지만 요즘들어 이렇게 비행기를 많이 타게 되니, 새삼스레 어릴 적 가졌던 바램을 벌써 어느 정도는 이룬 셈이라는 생각도 든다. 생각보다 빠르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았으니.
그래서 이제는 전공을 잘못 선택했다는 말을 감히 내뱉기가 어려워졌다. 대학시절 내내 전공공부를 등한시했고, 다른 공부를 기웃거렸지만, 어찌됐든 결과적으로는 신기하게 10년 전 기대했던 바가 이루어졌으니깐. 하지만 또 요즘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비행기를 너무 자주 타게 되면 생활의 리듬이 확실히 깨져서 지치게 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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