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 Korean

A Story of Idealist from Korea Building a True Global Team in Seoul


cosmopolitan

서양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이메일 주소를 보통 자신의 실명과 아주 비슷한 형태를 차용하는데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개성 넘치는 이메일 주소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KBS 박대기 기자라는 분의 waiting@kbs.co.kr도 떠오르고 내 친한 친구의 stoneheadfe도 생각나고, 어찌됐든 다들 10대/20대 시절에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거듭 고민끝에 아이디/이메일 주소를 만들곤 했었다.

나는 2004년 예일에서 미국시스템을 파악하고 재빨리 jihong.lee@gmail.com을 선점했었다. 하지만 그 전에 수많은 이메일 주소를 만들고 사용했다가 바꿨다가 했었다. 그 중에서 하나가 “cosmopolitan”이라는 단어를 포함했었다. 이 이메일은 잠깐 사용하다가, 여성잡지 코스모폴리탄 좋아하냐? 하고 어떤 친구가 놀린 뒤로는 다시는 쓰지 않았던 것 같다.

cosmopolitan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던건 2003년, 대학교 1학년 시절이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나는 성인으로서 첫 해외여행을 여름에 인도네시아 방문으로 경험하고, 겨울에는 태국으로 가서 카오산로드에서 1개월을 보낸 뒤, “세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운이 좋게 영어도 이미 습득을 했었고, 해외 문화에 관심도 많고 아주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한편 더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내가 가장 좋아했던 SF시리즈는 한국에서는 다소 마이너했던 (지금은 또 대세처럼 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스타워즈 시리즈였다. 왜 이 시리즈를 그렇게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항상 대답은 같았다. 각기 너무나도 다르게 생긴 생명체들이 소통하고 시공간을 넘나들며 여행하는 것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고. 지구를 넘어서 화성에 새로운 생명체가 발견되고 화성인들과 소통하고 우주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도 곧잘 했었다.

갑자기 왜 이런 추억에 잠겼나하면, 2015년, 그리고 앞으로 10년은 진정한 cosmopolitan의 시대가 된 것 같아서이다. 다른 말로는, 전세계가 동일한 소비행태/선호체계를 가진 사람들로 통합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미국에서는 요즘 millennial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고, “힙스터"들의 세계 정복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증거로는 최근 서울에서, 혹은 대한민국 주요 도시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들을 나열할 수 있다. 

크래프트맥주, 아이폰, 해시태그, 인스타그램, 에어비앤비, 크로스핏, 자전거, 플랫화이트, 로스팅전문커피숍, 페이스북, 셀카, 필터, 조각피자, 친환경과일, 필라테스, 디자인소품, 미러선글라스, 클럽, 파티, 킨포크, 바베큐, 공동주거, 동성애에대한관점……

물론 문화권마다 다소 극복하기 어려운 차이점도 존재할 것이다. 그렇지만 10년전이랑 비교해보았을때는 엄청난 속도로 각 문화권의 젊은 세대가 동질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대학 1-2학년 시절, 우리는 1학기 내내 녹두에서 술을 마시고 밤새 당구장, 피시방, 노래방, 만화방 등지에서 대다수의 시간을 보냈었다. 클럽이나 파티에서 사람을 만나는 대신에 3:3, 5:5 심지어 15:15 미팅에서 타 대학의 여대생을 만났었다. 더러 교환학생이나 해외 경험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친구를 사귀고 온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캠퍼스에도 외국인은 드물었고. 아 그리고, 그 때는 여전히 식사후에 원두커피 대신 자판기 커피나 요구르트가 통용되던 시절이기도 했다. “스타벅스 된장녀"가 사회 이슈가 될 정도였으니…

이러한 변화는 대도시를 위주로 일어나기 마련이고, 어떤 면에서는 서울을 비롯한 아시아의 대도시들이 이 중심에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뉴욕, 샌프란시스코, 파리, 베를린, 런던 등의 도시에서 많은 것을 빌려오고 있지만 아시아의 젊은이들이 더욱 빨리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들을 섭렵한다고나 할까. 최근 몇 년간 여러번 방문한 스페인 마드리드나 핀란드 헬싱키만 해도, 서울에 비하면 촌스럽다는 느낌이 많이 들고, 미국 역시도 몇몇 도시를 제외하고는 같은 느낌이다.

전세계 대도시에 살고 있는 이 cosmopolitan들이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그 1세대인 80년대 생들이 이제 대부분 사회에 나와서 일을 하게되고, 최근 국내 스타트업 열풍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녹두에서 노래방에서 밤새 놀고, 미팅에서 이성을 만나던 사람들이 서양 언니 오빠들과 함께 파티에서 어울리려고 하니 힘들었는데 이제는 더이상 어색하지가 않다. 커피도 곧잘 마시고, 같이 조깅도 하고 요가도 다니고, 인스타그램에서 예쁜 사진들을 공유한다. 먹방과 셀카는 이제는 전세계 공통이다.

해외 기업에서 찾는 인재도 이러한 사람들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같이 어울리는게 어색하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제조업 기반이 아닌 새로운 글로벌 서비스들을 만들어나갈 리더들도 결국 이 pool에서 나올 것이라고 본다. 바야흐로 cosmopolitan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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