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 가장 즐겨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산문집. 미처 읽어보지 못했던 <하루키 일상의 여백>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득템하고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출장길 비행기에서 순식간에 완독.
가장 기억에 남는 꼭지는 제 1번. 세간에 유포된 파멸적 작가상. 당연히 본인은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정말 단호하게 그것이 허상임을 강조한다.
소설을 쓰는 것은 대체로 검소하고 과묵한 작업이다. 일찍이 조이스 캐롤 오츠가 “조용하고 단정하게 작업을 하는 사람은 그다지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하지만 작가가 지나치게 건강하면 병적인 집념(이른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싹 사라져버려서 문학이라는 게 성립되지 않는 것 아닙니까? 하고 지적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그러나 나에게 그 질문에 대답하라고 한다면 이렇게 얘기하겠다. “그 정도로 쉽게 사라져 버릴 정도의 가벼운 어두움이라면 그런 것은 처음부터 문학으로 승화될 수가 없습니다.”
막상 위와 같은 코멘트를 생각해 내거나 이야기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면, 각 분야의 대가들의 강의를 듣거나, 실제로 주변에 꽤 훌륭한 사람이 많다면 “좋은 이야기"는 많이 들을 수 있다고 본다. (위 하루키의 코멘트에서 소설을 사업으로 치환해보자 –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다)
정작 힘든 것은 내뱉은 말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하루키는 스스로 조용하게 단정하게 작업을 하면서 건강한 삶을 사는 작가가 최고의 문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여전히 몸소 보여주고 있다.
예전에는 하루키가 서른 살에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날부터 새 삶을 살았다는 것을 상기하며, 나는 아직 시간이 있구나! 하고 위안을 삼았는데, 이제는 변명거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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