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보다 이사를 엄청나게 자주하는 나로서는 가지고 있는 짐 역시 매우 적다. 일단 뭔가 부피가 많이 나가는 것은 애초에 “소유"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올해는 가지고 있던 책을 대부분 헌책방에 팔아치웠다. 물론 가지고 있고 싶은 책이 무척 많지만 내가 헌책방에서 좋은 책을 발견했을때의 즐거움을 되새기면서 하나 하나씩 떠나보내었다. 하지만 예외는 있는 법이다. 위에 보이는 엄청나게 거대한 저 책이 그 예외다. Lonely Planet에서 발간한 The Cities Book이라는 책으로 전세계의 200개 도시를 여행지의 관점에서 간략하게 소개해놓았다. 구성은 매우 간단하다. 도시 하나 당 2페이지, 왼쪽 오른쪽 각각 1페이지씩. 책을 펼치면 눈앞에 도시 하나가 훤히 펼쳐진다. 이 책은 나의 잠자리 바로 옆 바닥에 항상 놓여져있다. 뭔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혹은 잠이 잘 오지 않을 때, 책을 그냥 아무렇게나 펼쳐본다. 조금 뒤 나는 새로운 도시를 여행하는 상상에 부풀어오르고 언제쯤이나 갈 수 있을까 이런 현실적인 생각도 머릿속에 펼쳐지다보면 어느 새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래도 책의 멋진 사진들이 한몫을 하는 것이겠지.
이사를 열 번도 넘게 해본 나지만, 외국으로의 이사는 이번이 고작 세 번째다. 외국으로의 이사가 국내 이사와 다른 점은 가지고 갈 수 있는 짐이 매우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내가 가지고 갈 수 있는 짐은 총 55kg. (23 곱하기 2) 더하기 9 킬로그램. 그 때문에 여러 상황에서 나의 기분을 들뜨게 해주었던 이 책을 떠나보내야만 할 것 같다. 오늘 이 포스팅은 못내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대신 이 책은 헌책방 대신에 내 동생에게 잘 맡겨 놓으려고 한다. 동생에게도 멋진 여행들을 선사해주기 바래, 책아. 다시 만날 그날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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