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학개론.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는 단지 그냥 “괜찮은” 영화로 기억될 것 같은 작품. 하지만 오늘 나에게는 종교적 체험을 선사했던, 앞으로도 많이 기억될 작품이다. 내가 오늘 발견한 것은, 수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커다란 스크린을 홀로 마주하고서 엔딩 크레딧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었다. 오늘은 그 순간 흘러나온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한 소절 한 소절에 귀를 기울인 채 대학 시절 혼자서 많이 좋아했던 친구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하나 하나씩 끄집어 내었다. 영화관을 나와서 번잡한 강남역 뒷골목, 한산한 지하철 2호선을 거쳐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기억의 습작을 4번 연달아 들었고, 내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도 깨끗했고, 내 가슴은 한없이 충만했다.
그렇다. 나는 혼자서 영화관에 와서 내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혹은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듣고, 보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즐겁고, 내겐 정말 의미가 있는 체험인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집에 와서 더 놀라게 된 건, 영화를 보고 와서는 자주 쓰지도 않는 블로그에 매번 글을 남겼다는 것. 28년 동안 몰랐던 나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해준 건축학개론 이용주 감독님에게 감사해야겠다. 어린 시절 이루어지지 않았던 아픈 사랑의 추억이 있는 남자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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