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중반까지 사실 굉장히 지루했지만, 후반부는 흥미진진했습니다. 스물 아홉살까지 글을 제대로 써본 적도 없었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그리고 그 이후로는 누구보다도 꾸준히 소설을 써내려왔다는 것이 정말 대단합니다. 저는 하루키의 소설보다도 수필을 오히려 더 좋아하는데, 정말 긍정적이고 한결같은,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딱히 글쓰기를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내가 쓴 글이 마음에 든 적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자질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 시절에도 내가 글 쓰는 일을 하게 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세상에는 대단한 소설들이 수도 없이 넘쳐나는데 내가 그런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독자로 책과 만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그러다보니 이렇게 소설가가 되어 이십오 년 넘게 소설을 쓰고 그 일로 그럭저럭 생활도 해나간다는 게 지금도 마냥 신기할 뿐입니다.”
“예술가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습니다. 하나는 지면 가까이에 기름 층 같은게 있어서 그것이 저절로 술술 솟구치는 타입(이른바 천재 타입), 다른 하나는 땅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지 않으면 기름층을 만날 수 없는 타입입니다. 안타깝게도 나는 천재가 아니므로 곡괭이를 들고 부지런히 단단한 지층을 파내려가야 합니다. 그러나 덕분에 지층을 파는 작업에는 꽤 정통하게 되었습니다. 곡괭이질에 유리한 근육도 탄탄하게 붙었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계속해서 꾸준히 작업해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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